이달의 특종


"CDMA도 100% 가능, 러시아 연방보안국 反테러용으로 이미 사용중..."

"된다" "안된다" 국정원장까지 나선 ‘휴대폰 도청' 논쟁 최종결론

 

고성표 월간중앙 기자 (muzes@joongang.co.kr)


"된다.""안된다." 국정원장까지 시비에 휘말렸던 ‘휴대폰 도청'논란은 월간중앙이 1개월간 끈질긴 추적 끝에 한 통신보안업체의 도움을 받아 시연을 통해 도청 가능함을 국내최초로 확인했다.

 

현행법상 비화기 휴대폰 사용은 불법

 

형 식승인을 받기 위해서는 설계도 등을 제출해야 하기 때문에 제품의 모든 것이 노출될 뿐 아니라 국익을 위해 특수한 상황에서 감청이라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에 합법적인 형식승인을 받은 경우 도·감청이 되지 않는 비화기는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물론 형식승인을 얻지 않고 비밀리에 개발하는 경우 불법이기 때문에 드러내놓고 일반에 판매할 수 없을 것이다.한편 이 업체가 개발했다는 비화기 휴대폰에 대해 비판적으로 얘기하는 전문가들도 많다.

한국통신보안(주) 안교승(40) 대표는 언론의 비화기 휴대폰 보도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안대표는 "이후보의 비화기 휴대폰은 한쪽만 특수칩이 내장돼 있으면 상대방 휴대폰이 비화기 휴대폰이 아니라 하더라도 도청방지가 된다고 알려져 있다. 이 부분은 언론의 오보이거나 이후보쪽이 잘못 알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못박았다. 비화장치로 암호화된 데이터가 다시 비화장치에 의해 풀려야 상대방이 알아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쪽만 비화기 휴대폰을 가지고 있으면 전혀 실효성이 없다고 안대표는 지적한다.

한국도청탐지연구원의 남태경 원장 역시 "한쪽만 비화기 휴대폰이면 된다는 말은 듣도 보도 못했다. 비화기의 기본 원리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남원장은 한발 더 나아가 좀 더 적극적인 주장을 폈다. 즉, 이후보의 비화기 휴대폰 자체를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는 "이후보의 휴대폰이 정말 도청방지 가능 여부를 어떻게 검증했을지 의문이다. 단순히 개발 업체가 그런 특수칩이 내장돼 있다고 주장하는 것을 믿은 것은 아닐까.

만약 검증했다면 휴대폰 도청기를 동원해 도청방지 여부를 테스트해 보았다는 것인지.... 또 휴대폰 내부 구조는 특수칩이 들어갈 공간이 전혀 없을 정도로 빽빽하게 배치돼 있다. 그런 공간에 어떻게 칩을 심어놓았다는 것인지 솔직히 이해되지 않는다. 오히려 휴대폰 외부에 비화기를 연결해 사용한다면 납득할 수 있다"고도 말했다. 그는 "이후보의 비화기 휴대폰 사용 발언은 사실 여부와 상관없는 정치적 제스처일 가능성도 있다.

최근 정부기관에 의한 도청의혹이 정치권에서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자 여기에 힘을 실어 주기 위한 발언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조심스레 추측했다.
결론적으로 이후보가 보유하고 있다는 비화기 휴대폰은 형식승인을 득하지 않은 채 비밀리에 국내 벤처업체가 개발한 제품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 제품은 그 성능이 제대로 검증된 것인지 확신할 수 없는 제품인 셈이다.

기 자는 두번째 의문이었던 ‘CDMA 휴대폰 도청기'에 대해서도 취재에 들어갔다. 최근 일어난 CDMA 휴대폰 도청기에 대한 논란은 동아일보의 보도로 인해 촉발됐다. 동아일보는 지난 10월25일자에서 ‘국정원, 첨단 장비 50대 투입, 요인 휴대전화 광범위 도청' 기사를 통해 ‘최근 도청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국정원의 한 관계자가 대선을 앞두고 휴대전화 도청용 첨단 장비를 기존의 20여대에서 올 상반기에 50대로 늘려 운용하고 있다는 내용을 제보했다'고 보도한 것이다.

동아일보 는 또 ‘이 장비는 세계적인 도감청기 제조업체인 미국 CSS사가 만든 G­COM 2056 CDMA라는 휴대용 장비로, 대당 가격은 3억원이고, 이러한 사실을 아는 이는 국정원 내부에서도 극소수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동아일보는 ‘이러한 사실은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도 한 달여 전 국정원 관계자에게 정보를 입수해 관련 사실을 상당 부분 확인했다'고 덧붙이기까지 했다.


미니인터뷰 - 反도청 전문업체 한국통신보안(주) 안교승 이사

"도청 우려하는 VIP들이 주요 고객"

 

- 최근 CDMA 휴대폰 도청 논란이 재연됐다. 과연 도청 가능한 것인가.
"가능하다. 이미 제품이 개발된 것으로 보인다. 또 이를 팔기 위해 업자들이 접촉해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 휴대폰 도청 기계가 국내에도 반입된 것으로 보는가.
"도청 기계가 국내에 있느냐 없느냐 여부는 지금 시점에서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중요한 것은 많은 이들이 자신의 휴대폰이 도청 위험에 상시 노출돼 있다고 느낀다는 사실이다."

- 주 고객은 어떤 사람들이고 얼마나 되는가.
"약 500개 업체다. 대부분 대기업이다. 언론사나 정·관계 인사 등 VIP급 인사들도 관리한다."
- 우리나라의 도청 보안 수준은 어떤가.
"통신강국의 이미지에 걸맞지 않게 의외로 보안 수준이 낮다. 특히 기업체의 경우 초보적 수준의 보안상태도 안돼 있는 경우가 많다."

- 어떻게 하면 도청의 위험을 최소화 할 수 있나?
"중 요한 통화는 가급적 무선전화기를 쓰지 말아야 한다. 무선전화기는 도청에 100% 노출돼 있다. 공중전화를 쓰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자신의 평소 생활권에서 벗어난 장소의 공중전화를 써야 한다. 비밀 업무를 취급하는 기업체 등에서는 주기적으로 도청 탐지 작업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

- 비화기를 찾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실세장관, 3부 요인, 검찰 고위간부, 경찰 고위층, 국회의원, 언론사 사장, 대기업 회장 등 내로라 하는 사람들이다. 한마디로 힘과 돈이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주로 자신들의 집무실은 물론이고 자택에도 비화기 성능을 가진 전화기를 설치해 놓고 있다. 하지만 이런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비화기는 현행 전기통신법상 일반인들에게 판매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기 때문에 거래가 겉으로 드러나 있지 않다. 업계 전문가들에 따르면 최근에는 이런 특수업무에 종사하는 사람들 외에 문화·예술·연예계 인사들도 상당수 이 비화기에 관심을 보인다고 한다."

- 실제로 비화기가 설치된 대표적 예가 있는가.
"1998년 2월25일 0시를 기해 군통수권이 김영삼 대통령으로부터 김대중 신임 대통령에게 넘어가는 과정에서 YS의 상도동과 DJ의 일산 자택에 ‘통수 핫라인'이 설치됐다. 그리고 이 핫라인에는 암호 기능을 가진 비화기가 장착됐다고 한다."

다른 도청 탐지 관계자들도 비화기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이 최근 부쩍 증가했다고 말한다.
대 전 S도청탐지업체 S사장은 "상당한 재력과 배경을 지닌 사람들이 비밀리에 비화기를 찾는다. 특히 선거철이 가까워지면 그 수가 급증한다"고 귀띔했다. 또 "최근 이회창 후보가 보유하고 있다는 비화기 휴대폰의 소문이 퍼지면서 혹시 똑같은 것으로 구할 수 있느냐는 문의 전화가 폭주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국내 벤처기업이 개발했다는 이 비화기가 과연 제 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개발업체가 자체적으로 어떤 테스트 과정을 거쳤는지 전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한편 도청탐지업계의 대다수 전문가들은 현재로서는 비화기가 그다지 실용적이지 못하다고 말한다. 이유인즉, 비화기는 어느 한 쪽만 가지고 있어서는 실생활에서 별 도움이 안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출판호수 2002년 12월호 | 입력날짜 2002.1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