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산업 수백억원 낭비

 

세상에 훔치는 것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남의 재산을 훔치는 것과 남의 삶을 훔치는 것입니다. 불법도청은 남의 삶을 훔치는 것입니다. 요즘 우리 시민들, 삶을 도둑맞지 않을려고 즉, 도청당하지 않을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그 처절한 현장을 고주룡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고주룡 기자 :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 단지입니다. 제가 갖고 있는 것은 시중에서 40만원만 주면 누구든 살 수 있는 광대역 수신기입니다. 이 수신기를 통해서 반경 1km안의 아날로그 방식의 헨드폰이나 가정용 무선 전화기의 통화내용을 들을 수 있습니다.

- 현재 거래하고 있는데가 호텔 하나하고 성동 현대 A/S...

- 나하고 당신하고 둘이 한다 이거지, 두 구좌 110만원을 넣자 말이야...

- 어떤 여자야 도대체? 임자있는 사람 왜 자꾸 건드리고 난리야...

한 투자자의 주식주문 통화에서 다른 사람에게 알려져서는 안될 비밀번호까지 알아낼 수 있습니다.

- 비밀번호가 88XXXXX1140이지 ㅇㅇ엔지니어링 3백주? 4백주를 만 8백원에...

은행 거래내역도 쉽게 도청됩니다.

- 최근 한건의 거래내역은 9월 7일 ㅇㅇ은행 방배동에서 백65만원이 타행환으로 입금, 입금자는 이ㅇㅇ...

특 히 텔레뱅킹의 경우 디코더란 장치를 이용하면 도청된 전화음을 숫자로 바꿀 수 있어 마음만 먹으면 다른 사람의 돈을 쉽게 빼낼 수 있습니다. 아날로그 방식의 휴대전화기나 가정에서 쓰는 무선 전화기로 통화하는 것은 사람들이 많은 엘리베이터에서 큰 소리로 떠드는 것과 같습니다. 광대역 수신기만으로 얼마든지 도청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유선 전화기는 물론 일반 사무실에서의 대화내용까지도 간단한 도청장치로 엿들을 수 있습니다. 한 투자신탁 회사의 주요 부서입니다. 이것은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전화연결용 잭인데 이 안에 도청장치가 들어있습니다. 이 작은 장치 하나로 이 전화기를 통해서 통화되는 모든 내용을 수백m 밖에서도 들을 수 있습니다. 이런 장비들은 청계천 세운상가 등에서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성냥갑 크기의 이 카메라는 렌즈 크기가 바늘구멍만해 쉽게 노출되지 않습니다. 이 손목시계형 카메라는 초소형이지만 성능은 일반 카메라와 같습니다. 볼트처럼 생긴 이 마이크 역시 주목적은 도청용입니다.

⊙ 음향기기 판매업자 (서울 S상가) :

취조실에 이 제품이 설치됐어요. 화재 경보기 가운데 구멍을 뚫어 이걸 박은 거예요. 하얗게 칠한 거예요. 똑같이. 그러면 (도청기인지)몰라요.

첨 단화된 장비로 도청이 이렇게 손쉽게 이루어지면서 그에 대한 공포도 확산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정치인과 기업인들 가운데 상당수는 다른 사람 명의의 휴대전화를 갖고 다니고 사무실 등에 도청장치가 설치돼 있는지 여부도 수시로 점검합니다.

⊙ 김형오 (국회의원) :

자기 이름으로 되어있지 않은 휴대전화 사용하는 국회의원이 여러 사람 있다는 것은 말씀드릴 수가 있습니다.

도 청에 대한 공포가 커지면서 이를 예방하는 도청방지업체가 최근 호황을 누리고 있습니다. 현재 10개 업체가 성업중인데 최근 도청과 감청이 사회 문제화되면서 대기업과 관공서, 은행들이 도청 여부와 이를 차단해 달라는 주문이 크게 늘고 있습니다.

⊙ 안교승 (주)한국기업보안 대표 :

최고위층 집무실이나 회의실, 응접실, 그리고 연구소나 전산센타 등 기업체 내에서 굉장히 중요한 구역을 보안관리 구역으로 설정을 하고 또 이들 구역에 대한 보안점검을 의뢰하고 있습니다.

도 청장치가 돼 있는지를 점검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은 회사마다 다소 차이가 있지만 30평 사무실을 기준해 75만원 정도가 듭니다. 게다가 전화를 비롯해 사무실에서의 대화에 대한 도청방지 시설비는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까지 들어갑니다. 이렇다보니 불법도청과 이를 막는데 들어가는 돈이 연간 적어도 수백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경제활동과 상관없는데 막대한 돈이 낭비되고 있는 것입니다. 경제적 손실에 못지않게 큰 문제는 이런 도청과 감청이 정보화 사회를 가로막고 있다는 것입니다.

⊙ 김형오 (국회의원) :

정보화 사회의 기본적인 수단은 통신입니다. 그 통신을 누가 훔쳐보거나 가로채기를 하거나 엿듣는다면은 그 통신은 불안정하기 짝이 없습니다. 통신이 불안한 사회는 결코 정보화 사회를 이룰 수가 없습니다.

21세기는 정보화 사회이고 정보화 추진은 곧 국가 경쟁력입니다. 도청이나 과도한 감청은 사생활 침해나 기업의 중요 정보 누출은 물론 국가의 명운이 걸린 정보화의 적이라는 차원에서 막아야 할 것입니다.

경제매거진 고주룡입니다.

영상취재 심재구 / 영상편집 김억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