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 이사람] ‘시인 등단' 안교승 한국기업보안 대표


"쑥스럽습니다. 처음 응모했는데 당선이 됐네요. 긴장감 넘치는 기업보안의 세계를 담으려고 노력했어요."

국 내 도·감청 색출의 일류 전문가가 시단(詩壇)에 서게 됐다. 안교승 한국기업보안㈜ 대표(39). 안대표는 최근 문학동인지 계간 ‘뿌리'가 공모한 제13회 신인상 시부문에 ‘우리를 기쁘게 하는 것들'외 4편이 당선돼 평소 소망했던 시인의 꿈을 이뤘다. 심사위원인 김용진·공석하씨는 "일상적인 삶의 무게를 시화시키는 노력에 찬사를 보낸다"고 평했다.

안대표는 지난 96년부터 대기업·벤처업체 등 350개 업체의 보안업무를 수행해 왔다. 이런 그의 일상은 시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예컨대 ‘쫓고 쫓기고'란 시에는 ‘시계속에 들어있는 엿듣는 장치, 그러나 그 옆의 다른 시계에는 엿듣는 장치를 찾아내는 장치가 있다'고 썼다. 도?감청이 암암리에 기승을 부리는 기업의 현실을 엿볼 수 있다. 또 다른 시 ‘불신화(畵)'는 ‘...다시 인적없는 건물외곽, 여보세요.누가 도청하고 있어요. 세종문화회관 1층 커피숍에서 봅시다...'라고 표현했다.

"학창시절부터 시를 좋아해 틈틈이 써왔어요. 하는 일이 워낙 화급을 다투는 경우가 많아 시간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기업보안 현장 자체가 긴장의 연속이에요. 정서가 메마른 직업중의 하나죠. 고객을 만나고 도청현장을 접하면서 보고 느낀 점을 시로 써봤습니다."

주 위에선 그의 등단사실을 접하고 깜짝 놀라는 눈치다. 가족과 직원들 모두 그의 바쁜 하루를 너무 잘 알기 때문이다. 그는 "따로 시 공부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부담도 많이 된다"며 "숙련의 기회를 갖는 한편, 그동안 쓴 시를 정리해 내년 봄에는 시집도 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인터뷰 말미에는 ‘본업'이 떠오른 듯, 우리 기업의 보안인식에 대한 소신도 빠뜨리지 않았다.

"외환위기 이후 기업간 인력이동이 활발해지면서 인수?합병정보와 코스닥 주가 거래정보 등 기업기밀이 새나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업기밀은 곧 회사생존과 직결됩니다."

/ lmj@fnnews.com 이민종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