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 산업스파이와 전쟁 중

인수합병이나 해고과정에서 기밀 유출

대기업 대책마련 골몰, 벤처는 무방비


국내 기업들이 산업스파이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정보통신 반도체 등 첨단산업 분야의 정보 유출은 기업의 국제 경쟁력에 막대한 타격을 주기 때문에 사운을 건 일대 격전을 치르고 있다.

지 난 10월6일 삼성전자 수원공장에 경쟁업체 직원 2명이 침입했다. 이들은 삼성전자 납품업체 직원을 가장해 침입했다. 이들의 목적은 모니터 관련 핵심기술을 살펴보기 위해서였다. 낯선 얼굴을 수상히 여긴 삼성측 직원들에 의해 경찰에 넘겨졌다. 특히 삼성전자 수원공장은 국내에서 보안시설과 시스템이 가장 뛰어난 곳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었다.

 

국외 유출도 심각

 

그 러나 더 큰 문제는 산업정보의 국외유출이다. 지난 6월 서울지검 외사부는 국가정보원으로부터 국내 첨단기술이 중국으로 유출되고 있다는 내사결과를 통보 받았다. 곧 서울지검 외사부는 수사에 착수 재미교포가 포함된 산업스파이 일당 5명을 검거했다. 검찰은 이들 중 벤처기업 SNTR(에스엔티알)사 회장인 재미교포 제임스 김(66)씨 등 2명을 구속하고 기획이사 이승목(33)씨 등 3명은 불구속 기소했다. 특히 이번 산업정보 유출사건에 해당업체의 전·현직 직원들이 연루되어 충격을 주었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IMF 이후 명예퇴직·감원 등으로 내부인에 의한 정보 유출이 늘었다"며 "기업들의 연구·인력에 대한 종합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했다. 또 "단순한 정보라도 경쟁국에 유입될 경우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했다.

최 근 산업정보 유출이 사회문제화 되면서 기업들은 보안팀을 운영하는 등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경기도 이천시의 현대전자는 사내 보안을 담당하는 부서를 운영하고 있다. 보안팀은 문서 시설 등에 대해 정기 보안감사를 실시한다. 또 방문객은 사전 예약없 이는 공장내를 출입할 수 없다.

 

보완대책 강화 움직임

 

이 업체는 디스켓 등에 반응하는 최첨단 자기감응 시스템도 운영하고 있다. 경기도 화성의 기아자동차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 회사는 본사 직원에 대해서도 방문목적과 신분을 면밀히 검토한다. 출입차량은 지위에 관계없이 트렁크 등을 일일이 검사하고 있다. 보안대책이 철저하기로 소문난 삼성전자도 최근 경쟁사 직원들의 침입으로 보안대책을 한층 강화했다.

이런 대기업들의 움직임에 비해 중소 벤처기업들은 마땅한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정보통신 관련 벤처기업을 운영하는 김 모씨는 "보안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다"며 "비용 문제 등 소규모 벤처기업으로서는 한계가 있다"고 했다. 그러나 정부 관계자는 벤처기업의 기술정보가 누출될 경우 해당 기업은 존립까지 위협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중소벤처기업들의 허술한 인력관리를 이용, 연구인력을 신제품 개발 직후 스카웃해 가는 경우도 있어 체계적인 인력관리의 필요성을 지적하고 있다.

또 엔젤 투자가로 가장한 산업 스파이에 의한 피해도 발생하고 있다. 이들 산업스파이는 자금력이 부족한 벤처기업에 투자와 경영자문을 해준다며 접근해 기업 기밀을 빼내거나 경영권을 가로채기도 한다. 시중에서는 이들을 ‘블랙투자'라고 부르기도 한다.

한편 인적 유출 외에도 도청·감청에 의한 산업정보 유출도 심각하다. 최근에는 기업 대표의 집무실이나 회의실에서도 도청기가 발견되고 있다. 또 전화단자함을 조작한 경우도 발견되고 있다.

 

도·감청에 무방비

 

도 청탐지 및 도청방지 전문업체인 한국기업보안사의 안교승(36) 사장은 "불법 도청이 개인뿐 아니라 기업으로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며 "첨단화되고 있는 도청 기술에 기업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고 했다. 첨단 도청장비는 세운상가 등에서 누구나 쉽게 구입할 수 있다. 정부는 도청이 사회문제화 되자 강력한 단속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해외여행이나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서도 첨단장비를 쉽게 구할 수 있어 근본대책이 되지 못하고 있다. 정보전문가들은 도청에 대한 유일한 대책은 기업들의 관심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에 대해 안 사장은 "도청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주요 사무실에 대한 상시 점검이 필수"라며 "특히 의심이 가는 곳이 있으면 보안담당자에게 통보하는 보안의식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지난해 국내 반도체 업체들의 연구원들에 의해 대만으로 반도체 관련 기술 정보가 유출되었다. 이로 인해 국내기업이 입은 손실은 연구비만 1조6천억원대에 이르고 있다. 또 매출액 감소까지 포함하면 약 6조원대의 손실이 예상되고 있다.

산업구조가 첨단화되면서 산업정보 유출은 기업뿐 아니라 심각한 국부유출을 부르고 있다. 정보 전문가들은 산업스파이를 막기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