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 만신창이 ‘국정원']


휴대전화 ‘도청장비' 있다?
통신 전문가 "미국·유럽 정보기관서 사용중" ... 국정원에선 "존재하지 않는 것 판명"


휴대전화에 대한 도청이 불가능하다는 신건 국정원장의 국회 발언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이미 도청장비가 개발되어 있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도청장치 추적기(왼쪽)와 유선전화에 대한 도청 유무 탐지 장면.
여 야 간의 도청 논쟁이 연일 확산되면서 휴대전화에 대한 도청 가능성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신건 국정원장이 10월25일 국회 정보위에서 "세계 어디에도 휴대전화를 도청하는 능력을 가진 정보기관은 없다"고 단언하면서 통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 문제를 놓고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물론 이런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0년 국정감사에서도 한나라당 김형오 의원이 이번에 문제가 된 도청장비 제조업체 CCS 인터내셔널이 휴대전화 도·감청 장비를 개발해 국내 보안업체와 접촉한 적이 있다고 폭로한 바 있다. 그 뒤로 국회에서는 여러 차례 휴대전화에 대한 도청 여부가 도마에 올랐다. 그러나 그때마다 정부는 휴대전화 도청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기지국 간 연결 유선, 기지국-단말기 무선에서 도청 가능"

 

하 지만 도청 방지 기술개발이나 장비 판매에 나서고 있는 보안업체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휴대전화 도청이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몇 년 전 CCS의 자회사인 CSS측과 업무 제휴 논의를 했었던 한국스파이존 이원업 부장은 "이 회사가 휴대전화 도청장비를 개발했! 다고 확신한다"며 "기지국과 기지국 사이에 중계기를 설치할 경우 중계기와 기지국 사이의 연결은 디지털 방식이 아닌 아날로그 방식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아날로그 방식은 암호화한 디지털 방식과 달리 대화 내용을 도청하는 데 별 어려움이 없다는 것.

미국 뉴욕의 CCS 인터내셔널 본사를 방문한 적이 있는 ㈜한국통신보안 안교승 대표이사도 "휴대전화 도청장비 개발은 사실이다. 정부가 국내에 없다는 사실만을 강조하면 되지, 왜 사실 자체를 부인해 퇴로를 차단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특히 안씨는 이달 말쯤 휴대전화 도청에 대한 자료 등을 모아 ‘서울에는 비밀이 없다'는 책을 펴낼 예정이어서 파문이 예상된다. 현재 우리나라 디지털 휴대전화 방식의 표준인 CDMA 관련 전문가들의 견해도 다소 엇갈리기는 하지만 도청장비 개발 자체를 부인하지는 않는다.

휴대전화에 대한 도청은 기지국 간을 연결하는 유선 분야에서도 가능하고 기지국과 단말기를 연결하는 무선 분야에서도 가능하다. 문제는 도청장비를 갖고 있다 하더라도 각 단말기마다 암호화된 형태로 부여되어 있는, 단말기 일련번호 격인 ESN! (Electronic Serial Number)을 입수할 수 있느냐는 것. 익명을 요구한 한 통신 전문가는 "유선에서 도청하기 위해서는 통신사업자가 관리하고 있는 ESN 정보를 입수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지만 무선 쪽은 대리점망을 통해서 ESN을 입수하는 것이 어렵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문가는 또 "미국뿐 아니라 유럽 국가들 사이에서도 군이나 정보기관에서 CDMA 도청장비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어디에서도 휴대전화 도청은 불가능하다'는 신건 국정원장의 국회 발언과는 전혀 다른 설명이다.

또 정보통신대학원대학교(ICU) 이혁재 교수도 "실제 사용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더라도 장비의 존재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교수는 "(무선 분야의 경우) 단말기에서 기지국으로 가는 신호는 상태가 안 좋기 때문에 제대로 들리지 않을 가능성이 있지만 기지국에서 단말기로 송신하는 내용을 듣는 데는 (이론적으로는) 어려움이 없다"고 설명했다. 국책연구기관인 전자통신연구원(ETRI)측도 지난해 국회에 낸 답변자료에서 이런 가능성까지를 부인하지는 않고 있다.

그렇다면 남는 의문은 국정원이나 수? 映璲活?휴대전화 가입자의 ESN을 손에 넣을 수 있느냐는 것으로 모아진다. 그러나 통신사업자들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못박고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CDMA 구간은 32비트의 ESN으로 보안체계가 구성돼 있어서 ESN 없이 네트워크에 접근할 가능성은 40억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ESN 없이 네트워크 접근 가능성 ‘40억분의 1'


도청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도청 방지 장비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
전 자통신연구원도 CDMA 휴대전화의 통화 내용을 감청하려면 ESN을 알아야 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감청자와 피감청자가 동일 기지국 내 동일 섹터에 있어야 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감청이 곤란하다는 설명도 덧붙이고 있?

그 러나 다른 전문가들은 문제의 도청장비 제조업체 G-COM 장비와 같은 차량 탑재용 장비를 동원한다면 이는 손쉽게 해결할 수 있는 일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또 연구원측은 이동중에는 기지국이 바뀔 때마다 암호 코드가 변경되기 때문에 이를 계속 근거리에서 추적해야만 감청이 가능하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으나 문제의 G-COM 장비를 분석해본 ㈜ 한국통신보안 안교승 대표이사는 "G-COM 장비는 기지국이 바뀔 때마다 바뀌는 암호를 추적하는 로밍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안대표는 "ESN 없이 네트워크 접근 가능성이 40억분의 1이라고 주장하는 것도 이론적으로만 그렇다는 것"이라고 말해 휴대전화 도청이 가능함을 강하게 시사했다.

국정원은 여전히 ‘휴대전화 도청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국정원은 10월25일 해명자료를 통해 "도청장비 생산업체로 지목된 미국 CSS의 모회사인 뉴욕 소재 CCS를 6월에 방문한 결과 그 같은 장비가 존재조차 하지 않는 것으로 판명됐다"고 밝혔다. 국정원 관계자는 "이미 당시 몇몇 언론에서 G-COM의 휴대폰 도청장비에 대한 보도가 나오면서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CCS사를 방문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도청이나 감청은 국가안보 등 불가피한 경우에 한해 그 필요성이 인정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관련법에 의거해 ‘합법적으로' 감청을 실시하고 있다. 국정원은 지금 국내의 정치적 논란만을 의식해 전문가들의 감청 가능성 시인에도 불구하고 ‘휴대폰 도청은 불가능하다'는 점만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국가안보상 도청이 필요한 시점이 되면 어떻게 할 것인가. 오히려 도청장비를 찾아 세계 어디라도 뒤져야 하는 것이 국정원의 ‘숙명'일 수밖에 없는 것 아닐까.


G-COM 테크놀로지 도청장비 있나
"민감한 군사문제 다뤄" ... 극도의 보안 속 거래 가능성


CCS 인터내셔널측은 1999년 몇몇 국내 보안업체들과 접촉해 이 CDMA 휴대전화 감청장비의 국내 판매를 시도했다. 국정원측도 당시 JC-COM이라는 국내 업체가 CCS와 20만 달러 규모의 국내 판매 계약을 맺었으나 장비가 없는 것으로 확인되어 JC-COM사가 CCS를 상대로 소송을 벌이고 있는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국정원은 JC-COM사가 ‘보안장비 업체가 아닌 딜러 회사'라고만 밝히고 있다.

또 당시 CCS 인터내셔널의 자회사 격인 스파이존은 한국스파이존㈜이라는 보안업체를 상대로 한 재미교포를 통해 업무 제휴를 제의하기도 했다. 한국스파이존 관계자는 "한국인 딜러를 통해 스파이존의 자회사 형태로 제휴하겠느냐는 제의를 받은 뒤 몇 가지 의문사항을 확인하고자 접촉을 시도했으나 별다른 반응이 없어 흐지부지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로써 이 회사에는 한국에 대한 마케팅을 목표로 재미교포 또는 한국인 관계자가 일하고 있는 사실이 확인된 셈이다. 또 다른 보안업체 관계자는 "G-COM에는 몇 년 전만 해도 ‘앤드류 김'이라는 한국인 마케팅 매니저가 근무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주간동아'의 전화 취재에 응한 이 회사의 구매 분야 관계자는 관심을 끌 만한 언급을 했다. "정부를 상대로 판매한 것이라면 관련 사실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 이 관계자는 정부를 상대로 한 도청장비 판매 가능성을 부인하지는 않았다. 특히 G-COM 테크놀로지측은 회사 소개 자료를 통해 민감한 군사적 문제나 정부 차원의 문제를 35년 이상 다뤄온 경험과 기술을 가진 전문가들이 있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특정한 물품의 경우 제조나 판매 자체가 불법이기 때문에 다른 곳에서 만들어서 가져오는 경우도 있다"고 말해 도청장비의 거래나 판매가 극도의 보안 속에 이뤄지고 있음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