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스파이와의 전쟁'

 

벤처기업 대표인 유모씨(34).

대기업과 신기술 프로젝트를 진행중인 그는 대단한 미식가로 소문나 있다.

점심 식사는 기술 협의를 겸해 유명 호텔 식당이나 한정식집에서 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 그의 오찬 장소는 모 대기업 회의실이다. 해당 대기업이 도청으로 인한 기술유출을 우려, 도청 방지장치가 완비된 회의실 식사를 권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부에서 배달되는 음식은 만족할 수준이지만 뒷맛은 영 개운치않다.

기업들이 '산업스파이와의 전쟁'을 치르면서 '안전 지대'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회의실이나 임원실 몇 군데를 정해 이중, 삼중의 도청 방지장치를 해두는 업체가 늘고 있다.

첨단 기술을 다루는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철통 보안'으로 유명하다. 삼성 본관의 주요 회의실에는 레이저 도청 방지장치까지 설치돼 있다. 레이저 도청은 유리에 전자파를 쏴 진동으로 목소리를 감지하는 도청 방식.

LG전자의 연구소 주요 시설은 눈을 갖다대는 홍채 인식 시스템으로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대부분의 기업들도 옛 안기부 도청파문 이후 보안에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다.

외부 식당에서 경영진 간담회가 있을 경우 도청방지 장치가 설치된 업소를 선택하는 것은 기본이고, 보안업체 직원들과 함께 직접 사전 점검을 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이때문에 도청방지업체도 특수를 누리고 있다.

한국통신보안(주) 안교승 사장은 한 밤중에 출근하는 남자다. 비밀유지를 위해 자정쯤 의뢰기업의 회의실이나 임원실을 방문, 정밀보안측정을 실시한 후 도청방지장치를 설치하기 때문이다.

안 사장은 "옛 안기부 도청파문으로 도청방지 장치 의뢰 전화가 50%정도 늘어났다"면서 "초기에는 100건중 6~7건에서 도청장치를 발견했지만 정기적으로 재점검을 의뢰하는 기업이 늘고있어 그 비율은 많이 줄어드는 추세"라고 말했다. < 김 용 기자 y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