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2005-07-29 00:45]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방식의 휴대전화 도청은 사실상 시간과 기술, 의지의 문제일 뿐 불가능하다고만 할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이원업 ㈜한국스파이존 부장의 말이다. 휴대전화 도청 가능성을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서 수년째 ‘된다' ‘안된다'는 소모적 논란만 되풀이하고 있는 데 대해 이제는 방청기술 개발 등 도청을 근절할 방법을 진지하게 모색해야 할 때라는 설명이다.

실제 CDMA 원천기술을 가진 미국 퀠컴사가 휴대전화 도청 가능성을 시인했고, 세계적인 도·감청기 제조사인 미국 CSS의 경우 휴대전화 도청장비인 ‘G-COM 2056 CDMA'를 판매하고 있는 등 선진국들은 논란에 종지부를 찍고 일찌감치 ‘정보전'에 뛰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통신보안 안교승 대표이사도 "사실 CDMA 휴대전화가 도청이 된다고 해서 천일공노할 일만은 아니다"며 "오히려 산업정보보호와 범죄방지 등 국익을 위해서는 합법적 감청의 통로는 반드시 열려 있어야 하고, 사생활 보호 차원에선 방청과 비화 기술(통화내용을 암호화하는 기술)도 동시에 발전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안기부 불법도청 파문'을 계기로 정보기관의 불법 도·감청이 드러난 만큼 관련법령의 재정비도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행법상 도·감청을 규제하는 법률은 1993년 12월 제정된 통신비밀보호법(통비법)이 유일하다. 제14대 대통령선거를 앞둔 92년 12월 국가안전기획부 직원이 개입된 ‘부산 초원복집 도청사건'이 터지면서 만들어진 통비법은 개개인의 대화를 녹음·청취할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과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또 7조에선 정보기관의 감청 요건을 ‘국가 안전보장에 대해 상당한 위험이 예상되는 경우에 한해 정보수집이 필요한 때'로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정보·수사기관이 ‘안보' 등을 내세워 개인의 통신비밀을 침해하더라도 이를 검증할 곳이 없다는 데 있다. 여기에 정보기관이 ‘미림'이라는 비밀조직을 운영하며, 오랜 기간 언론과 기업인, 정치인 등에 대한 도·감청을 일삼아온 것으로 드러난 만큼 통비법만으로 불법적인 도·감청 행위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특히 97년 9월 이뤄진 안기부의 도청행위의 공소시효(7년)가 이미 완성됐다는 점에서 "공소시효를 더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무기징역에 해당하는 범죄의 공소시효가 10년이라는 점에서 공소시효 연장은 설득력이 약하다"며 "이보다는 철저한 영장주의 도입과 도청 허용기간 제한, 치밀한 사후관리 등을 통해 합법적 도청행위도 최소화해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황현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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