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안기부의 불법 도청 사건인 ‘X파일'이 국가정보원의 휴대폰 불법 도청 사건으로 번지면서 이통통신업계는 요즘 좌불안석이다. 겉으로는 "불법 대선자금을 둘러싼 검은 의혹이 왜 엉뚱하게 휴대폰 도·감청으로 비화되느냐"며 볼멘 소리를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그간 심심찮게 개인정보 유출 등의 의혹을 받아온 이동통신업계가 국정원의 고백으로 인해 국정원의 불법 도청 행위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을 것이라는 강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도·감청 방법은 크게 3가지다. 복제폰을 이용한 것과 전용 수신 장비로 이동전화 전파를 기지국 근처에서 가로채 통화 내용을 엿듣는 방법, 그리고 이동전화 기지국과 기지국 사이의 유선 중계망에 도·감청 설비를 연결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들 3가지 방법이 이통사의 협조 없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불법 복제폰은 휴대폰 고유번호(ESN)를 반드시 알아야 만들 수 있다. ESN은 휴대폰 내부 메모리에 저장돼 있다. 이 때문에 이통사의 공식적 또는 비공식적인 도움 없이 복제폰을 만들기는 어렵다. 물론 국정원의 이번 발표에는 이를 이용한 도·감청 방법은 거론되지 않았다. 하지만 나머지 두 방법은 국정원이 이용했다고 실토했다. 전파를 가로채는 경우 기지국에서 ‘반경 200m, 각도 120도 이내'에 도청 대상자와 감청 설비가 함께 있어야 한다. 결국 국정원이 도·감청을 하려면 곧 전국에 설치된 3만여개의 기지국 위치를 정확히 알아야 하고 특정 기지국에 대해서도 120도 각도의 동일 섹터를 모두 파악해야 가능하다는 말이 된다.

유선중계망을 이용한 도·감청의 경우에도 전문가들은 이통 3사의 망체계가 서로 달라 감청장비를 유선과 연결하는 과정에서 이통사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국통신보안(주) 안교승 대표는 "도·감청의 방법이 무선이든 유선이든 이통사의 협조 없이는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SK텔레콤을 비롯한 통신업계는 극구 부인하고 있다. 이동전화 감청이 시작된 1997년 이후 국가수사기관이 ESN 정보를 요구한 적도 없고 협조해 준 적도 없다는 것이다. 특히 ESN의 경우 휴대폰을 관련 장비와 연결하면 1분 만에 확인할 수 있다며 의도적인 유출은 없다고 지적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영장을 제시한 수사기관의 공식적인 감청 요청 외 불법적으로 도와준 적은 전혀 없다"며 "감청의 경우에도 음성통화를 실시간 엿듣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문주영기자 mooni@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