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국가 경쟁력이 도청당하고 있습니다"

 

한국통신보안(주) 안교승 대표이사
김남용 | 란아트 편집기획 팀장

 

최 첨단 정보시대에 역풍이 불고 있다. 도청을 위해, 도청을 막기 위해 이 순간에도 물고 물리는 싸움이 계속되고 있다. 실세 장관부터 3부 요인, 검찰 고위간부, 경찰 고위층, 국회의원, 언론사 사장, 대기업 회장 등 모두 표적이 된 지는 오래다.
과연 서울은 ‘스파이의 천국'이던가? 그들에게 보안이라는 수갑을 채우는 안교승 대표. 하지만 그의 인생 얘기에는 도청이 필요없다. 지금부터 맘 편히 그의 삶을 감청해 보자.

"커피 한잔 하시겠어요? 장소가 협소해서 죄송합니다. 탁자를 주문했는데 아직 도착하지 않았군요. 가방 위에다 커피 올려놓으세요."
말 이 끝남과 동시에 검은 007가방을 뉘여 놓는다. 아무래도 조금은 딱딱한 분위기를 예상했는데 보기 좋게 깨지고 말았다. 곧 이어 넉넉한 웃음을 짓는 안교승 대표. 좁은 공간이었지만 인간미 넘치는 정서로 꽉 매워졌다. 시대가 발달한 만큼 복잡해진 현대사회를 편하게만 살고 있는 것 같아도 우리 생활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모두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감시되고 침해받고 있다. 안교승 대표는 최고의 보안 전문가로 갈수록 더해지는 산업 스파이와 매일 전쟁하고 있다.

보안 전문가 안교승, 자신감 휘날리며...

몇년 전 재계 서열 30대 그룹 모 회장 집무실내에서 UHF대역 도청기가 발견됐다. 그 때까지 그 기업 회장은 집무실에서 단 한 통의 전화도, 단 한마디의 말도 못했음은 물론이다.

"집 무실에서 도청기가 발견되는 순간 회장님의 얼굴에는 놀라움과 안도감이 일시에 교차하는 표정이 역력했습니다. 실제로 많은 정치인과 기업인 고객들의 경우 이 부분에 대한 우려가 상당합니다. 더불어 국가정보기관과 수사기관의 불법 감도청에도 매우 민감하죠. 체계적인 계획과 투자가 필요합니다. 때로 기업은 나라의 흥망에도 관련할 수 있으니까요."

안교승 대표는 통신 보안에 대한 개념조차 희박했던 지난 1996년 민간 도청방지업체를 설립하고 무수한 기업체와 관공서의 도청방지 업무를 도맡아오면서 지금은 국내 5대 그룹 회장실 서너 곳을 포함해 국회의원과 장관 등 약 500여 군데 이상 보안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런 그가 통신 보안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3살 때 아마추어 무선(HAM)에 심취하면서부터다.

충북 제천이 고향인 안 대표는 중학교 2학년 때 충북에 HAM동아리 활성이 미비함을 알고 충주MBC에 편지를 띄웠다. 얼마 후 방송국PD로부터 답장이 왔고 그는 MBC초대석에 출현해 30분 간 PR할 수 있는 기회를 잡기도 했다. 고교 때는 무선통신을 배우고 싶어서 부천공고에 입학해 동아리 ‘무선국클럽'에 참여함으로써 서서히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몸소 부딪쳐 실천했기 때문이다.

"전 군 시절 통신대대에 근무했습니다. 기회였는지 몰라도 ‘자동응답무선전화기'를 개발했는데 디자인보다 기능을 우선시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좋은 경험이었던 것 같네요. 마치 멀리 뛰기 위해 발판을 구른 기분이라 할까요?"

안 대표는 기회만 있으면, 시간만 된다면 연구와 고민을 멈추지 않았다. 때론 힘든 일 이상으로 절망에 가까운 경험을 한 적도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안 대표는 문뜩 무전기를 만들고 싶었다. 결국 신기술을 접목한 신제품을 세상에 내놓게 되고 반응은 예상을 훨씬 뛰어넘어 해외에서도 주문 바람이 일기 시작했다. 하지만 막 떠오른 태양이 찬란했던 반면 드리워진 그늘은 유난히도 길었다.

돈과 힘 있는 기업의 압력이 거친 풍파처럼 밀려왔다. 하지만 안 대표는 여기서 주저할 수 없다는 생각으로 연구에 연구를 거듭했고 날개 격인 안테나 제조 생산에 들어갔다. 기술을 접목한 경쟁력이 필수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리고는 차츰 차츰 성장해 갔다.

"통신 분야 중에서 특히 도청은 정치권에서도 민감한 사안입니다. 그래서 보통 대선이나 총선이 가까워지면 보안 서비스 요청이 자주 들어오죠. 갈수록 소형화, 고성능화 되는 도청 장치를 막기 위해선 방패격인 도청방지 분야의 투자가 필수입니다."

안 대표는 대기업에서는 수천억 원짜리 빅딜을 추진하면서 담당자 사무실에 기초적인 통신 보안 조치도 하지 않는 사례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네트워크 보안에 투입하는 예산의 10%만 도청 방지에 투자해도 큰 실효를 거들 것이라고 말했다.

 

시인 안교승, 바쁘기보다 부지런했다


정보통신 분야라고 하면 흔히 정서하고는 거리가 멀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그건 선입견일 뿐이다. 안 대표는 ‘보안 전문가라 할지라도 정서와 동떨어졌을 것이라는 편견을 버려야 한다'며 유행어를 빗대 강조했다.
그 도 그럴 것이 안 대표는 시인이다. 지난 2001년 문학동인지 계간 ‘뿌리'가 공모한 제13회 신인상 시 부문에 ‘우리를 기쁘게 하는 것들' 외 4편이 당선돼 평소 소망했던 시인의 꿈을 이룬 것이다. 그는 지난 1996년부터 대기업과 벤처 등 350여 개 업체의 보안업무를 수행하면서 얻은 값진 경험과 일화를 시에 고스란히 녹였다. 내친 김에 서울예대 문예창작과에 입학, 신입생으로서 새로운 삶을 살 준비를 하고 있다. 보안 전문가인 그가 다시 새로운 분야 개척을 위해 뛰어든 것이다. 보안 전문가인 동시에 문예 새내기인 것이다.
"쑥스럽죠. 처음 응모했던 것이었는데 당선돼서 정말 기뻤죠. 학창 시절부터 시를 좋아해 틈틈이 써왔어요. 하지만 지금 하는 일이 촌각을 다투는 일이라 엄두를 못 내다가 기회를 잡았죠. 시 공부를 따로 하지 않아서 부담도 많이 되지만 저만의 영역을 구축하고 싶습니다."

사실 안 대표는 바쁘기보다 부지런했다. 경찰 수사 보안연구소 강의도 나간다. 오늘 오전에 문제를 출제했다며 슬쩍 시험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그는 무엇이든 꾸준히 공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해야 할 일을 안 하면 초조함을 느끼는 것이 정상이라며 바쁜 시간을 쪼개야 한다고 덧붙이면서 그는 언급했다.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통신 분야는 하루가 다르게 발전합니다. 확실하게 덤벼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공부하세요."
안 대표는 자신 인생의 보안(?)을 누설하면서까지 후배들을 챙겼다. 그것은 더 길게 보면 이 나라 미래를 챙기는 모습이었다. 이 순간까지 그의 휴대폰은 부지런히 울리고 있었다.